팜바바톡 – 필리핀 붓붓 부족의 문신술

황옷 오가이(Whang-od Oggay) © 로이스 라이세 말라봉가

필리핀 산악 부족 출신으로 올해 102세가 된 황옷 오가이(Whang-od Oggay) 할머니는 팜바바톡(Pambabatok)이라고 하는 단절위기의 고대 문신술의 명맥을 이어온 주인공이다. 팜바바톡은 막대를 피부 위에 내려쳐 문양을 새겨 넣는 문신술이다. 현존하는 최고령 문신사이자 부족 유일의 팜바바톡 시술사인 그녀는 2009년 디스커버리 채널 프로그램인 <타투 헌터> 의 진행자였던 미국인 인류학자 라스 크루탁(Lars Krutak)에 의해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졌다. 팜바바톡은 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무형유산으로 알려져 있다.

황옷 할머니는 맘바바톡(mambabatok)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서 바톡(batok)은 ‘치다’라는 뜻이다. 그녀는 시트(siit)라는 시트러스 가시를 끝에 장착한 작은 대나무 막대를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에 쥔 좀 더 짧은 막대로 이를 내려쳐서 가시를 피부에 찔러 넣어 문신을 새긴다. 이때 물과 검댕을 섞은 잉크를 사용하는데, 팜바바톡 시술은 다른 전통 문신술에 비해 고통스러운 편이다. 그녀는 자신의 전통 문신 도구들을 이용하여 피부에 가시를 반복적으로 찔러 넣어 문신을 새겨 넣는다. 지난 2015년 황옷 할머니를 만나러 버스칼란 마을을 방문했을 때, 동틀 녘부터 관광객에게 문신 시술을 시작해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끝나는 것을 보았다. 그녀에게 문신을 받으려고 거의 오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날도 있었다. 하루 종일 피를 보며 시술하느라 끼니를 거를 때도 있었다.

그녀가 새기는 전통 문신 모양은 자연적 상징과 붓붓(Butbut) 부족에게 의미가 있는 기하학적 무늬들이다. 붓붓 부족은 필리핀 북부 칼링가주에 있는 코르딜레라 산맥의 우거진 산비탈에 자리잡은 버스칼란 마을에 거주하는 토착 공동체로, 그 옛날 붓붓 부족에게는 머리사냥(headhunting) 문화가 있었다. 전사들은 부족과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토지와 명예를 두고 싸웠고, 적들의 머리를 베어 오기도 했다. 승리를 거두고 마을에 돌아오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용맹을 상징하는 멋진 문신 시술을 받았다. 여성들도 통과의례와 함께 미의 상징으로서 문신을 새겼다. 소녀들은 문신을 함으로써 여성이 되었다. 문신을 한 여성만이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신이 많은 여성일수록 마을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몇몇 장로들은 문신이 불임과 같은 여러 질환을 치료해 준다고 믿었다. 머리사냥과 전투 문화는 현대화와 종교적 영향으로 서서히 사라졌고, 이후 붓붓 부족이 행하던 의례적이고 보상적인 관행들을 보호하는 것은 사회적 의제로 다루어진 적이 없었다.

황옷 할머니는 자신이 죽으면 팜바바톡 유산도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을 한 언론인을 통해 깨닫게 된 후, 그녀의 조카를 시작으로 하여 다른 이들에게 해당 문신술을 열정적으로 전승하기 시작했다. 최근 필리핀 국가문화예술위원회(NCCA)는 붓붓 부족에 관한 인식 제고와 필리핀 무형유산 보호에 기여한 것을 인정하여 그녀에게 ‘2018 무형문화유산 분야 공로상’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