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루밥, 부탄의 성스러운 비의 날

부탄의 쓰루밥(Thruebab)은 종교적 의미를 가진 국경일로 9월 20일에서 25일 사이, 부탄력으로는 8월 초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부탄 전역에서 이 날을 기리며, 부탄뿐만 아니라 티베트에서도 큰 행사로 기념하고 있다.

쓰루밥의 어원을 살펴보면 ‘쓰루’는 ‘씻다’, ‘목욕’, ‘성수’, 그리고 ‘밥’은 ‘내리다’라는 뜻으로, 법어로 해석하면 “성수가 내린다” 혹은 “성스러운 비의 날”을 의미한다.

쓰루밥은 점성학적, 철학적으로 티베트 불교와 관련되어 있다. 리시(Rishi)라는 특별한 별은 수정(chu-shel)과 원석(ketaka)으로 구성돼 있다. 위대한 요기가 수행자들과 신자들이 모든 중생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이와 같은 보석으로 만든 비로자나 불상을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신화 속에서 리시성(星)은 메루(Meru) 산의 주위를 돌다가 음력 8월 초가 되면 불상 바로 위에 도달하게 된다. 별과 불상의 문장(紋章)이 만나면서 성수가 내리는데, 이것이 곧 별빛과 빗방울로 세상의 시내와 강에 스며들어 치유와 축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부탄 사람들은 부탄력으로 8월 초를 성스러운 비가 내리는 시기라고 여겼다. 그래서 해마다 이 때가 되면 많은 언론 매체들은 비의 시작을 예측하고 다양한 행사를 취재한다. 비(성수)는 동이 튼 직후인 이른 아침에 시작될 수도 있고 정오에 내릴 때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갑자기 소나기가 오거나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아침에 비가 내릴 때는 리시의 빛을 받기 위해 꽃병에 물이 흐르도록 담아 집 밖에 둔다. 또한 빗물에 목욕을 하거나 물을 마시기도 한다. 쓰루밥이 종교적인 날이기는 하지만 시내나 연못 또는 급수전에서 빨래를 하며 축제처럼 즐기기도 한다. 노인들은 죄와 병을 씻어 낸다는 뜻을 담아 “쓰루! 쓰루! 쓰루!”라고 즐겁게 외친다.

특히 목욕은 이날 행사의 핵심이다.  목욕 후에는 공물을 바치고 기도를 올리며, 기도 후 가족 모두 식탁에 모여 어머니 또는 큰딸이 준비한 툭바(thugpa)라는 쌀죽을 먹는다. 그 다음 사원 및 수도원을 방문하거나 친척, 친구 및 이웃과 함께 야유회를 즐긴다. 남성들이 활 쏘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는 동안 여성들은 노래와 춤으로 흥을 더한다.

쓰루밥은 오늘날에도 사회적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날은 티베트 불교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내려온 오랜 풍습으로, 사람들이 종교활동을 하고 자연과 소통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