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유산, 거시적 관점으로 공동체∙교육에 초점 맞춰야”

'무형유산과 시민생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서연호 고려대 명예교수ⓒ ICHCAP

독일 사회학자 페르디난트 퇴니스는 저서 「공동사회와 이익사회」(1887년)에서 인격적이고 연대적인 공동체가 무너지고 이익만을 쫓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미 우려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무형유산 담론에서 핵심 키워드인 공동체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일깨운다. 인류의 살아있는 전통이 창조의 원동력이 되고, 또 다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내는 데 공동체는 근본이다. 더욱이 세계 곳곳의 다문화 물결과 열린사회의 요구, 첨단기술의 발전이 두드러지고 있는 현재, 공동체를 중심에 둔 미래지향적인 교육이 무형유산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서연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무형문화재위원장)는 최근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이하, 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 같은 내용들을 언급하며, “무형유산에 대한 거시적 관점과 공동체 및 교육에 초점을 둔 접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오는 10월 열릴 ‘2019 세계무형문화유산포럼’의 의제 개발을 위해 지난 6월 12일 서 교수를 초빙해 포럼 주제인 ‘무형유산과 시민생활’과 관련한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센터와 전주문화재단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서 교수는 한국의 문화연구나 정책, 공연현장이 여전히 법제도나 특정 종목 및 분과에 치중하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전통과 현재만 바라보는 미시적 관점에서 현재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거시적 관점이 필요한 때”라며 “무형유산에 대해서도 인류적이고 보편적인 거시적 관점은 미래와 창조가 연결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통로”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문화 연구에서 공존적이고 사회적인 연계 활동을 논의하는 연구는 거의 드물다. 또한 개별국가마다 자기 이야기만 하지 말고 이제는 아시아의 보편성이 무엇인지도 더욱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무형유산 공동체 개념을 “주체(전승자, 교육자 등)와 객체(학습자, 참여자 등)가 함께 어떤 문화를 어느 현장에서 실현해 내는” 문화행위를 토대로 설명하며 “과거 인물 위주로 보유자 지정에 중점을 둔 문화재보호법이 무형유산에 대한 시각을 편협하게 만들었다. 법 개정 이후 아리랑, 김치와 같은 등재 종목들은 보유자를 특정하지 않는 사례로, 무형유산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또 “전북지역만 해도 풍물 단체 수가 굉장히 많다. 마을회관이나 주민 센터에서 열리는 풍물 수업을 통해 주부들이 활력 넘치게 활동하고 있다. 올해 강릉 단오제에서도 아홉 개 농악 팀이 나왔는데, 마을 사람들이나 초등학생들이 어쩌면 그렇게 잘 하는지 감탄했다”며 “단지 문화재 보유자만 빛나는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살아나는 무형유산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서 교수는 무형유산 교육에 있어 학제간 융합을 비롯해 정책 부처 간의 협업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형유산의 빛나는 창조는 어떤 원형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극장 예술에서도, 연극, 무용, 음악이 개별적인 것이 아닌, 서로 간의 협업을 통해 창조가 이뤄지듯이, 무형유산 교육에서도 교육부와 문화부, 문화재청과 예술대학 간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서 교수는 “한국 사회 역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다양한 공동체가 같이 사는 법, 열린사회, 문화의 공유를 고민해야한다”며 “인공지능(AI) 등 우리의 생활 변화에도 인문학과 문화가 발맞춰 나갈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