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재창조- 한국, 포르투갈, 스페인 전통음악의 관련성

씽씽 밴드 © 나노이 라우아르트

무형유산 보호는 전통의 고착이 아닌 끊임없는 변화와 재창조를 통해 유산이 현재 삶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이러한 목적은 변화에 대한 수용과 적응 없이는 달성하기 힘들다.

전통의 현대적 수용과 변천의 입장에서 한국의 판소리, 포르투갈의 파두 그리고 스페인의 플라멩코는 주목할 만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세 종목 모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으며 변화와 재창조를 거듭하며 현재 우리의 주변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판소리와 파두, 플라멩코는 각 나라의 정체성을 잘 표현한다. 이들 음악은 특정한 국가 및 지역의 역사와 특성을 반영하며, 각국의 문화적 정수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음악에서 표현되는 인류 보편적 감정이야말로 이들 음악이 국내외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판소리와 파두, 플라멩코는 강렬한 슬픔과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대중을 사로잡고, 감동시켜 마침내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내며 압도한다. 이들 음악은 공동체의 삶과 그들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자, 일상에 관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세 종목 모두 짧게는 4~5분, 길게는 8시간가량 공연이 이어지며, 최소한의 악기만을 사용한다. 전통 파두 음악에서는 1~2개의 기타(guitarra)와 1~2개의 클래식 기타(viola) 그리고 작은 크기의 8현 베이스 기타(viola baixo)가 사용된다. 판소리에서는 북을, 플라멩코에서는 기타와 북을 이용하여 반주한다. 세 종목 모두 가수의 제스처가 공연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며 관객과 연주자들이 외치는 추임새도 공연의 일부가 된다.

이러한 전통음악을 전승하고 동시에 재창조하는 젊은 예술가들은 무형유산의 전승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젊은 예술가들은 전통음악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며 그 명맥을 잇는다. 이들은 전통음악에 색다른 기법과 악기를 도입하여 새로움을 선사한다.

한국의 씽씽 밴드는 대표적인 예로 멤버들은 자신을 ‘화려한 비주얼과 무대 매너를 가지고 록밴드 음악을 하는 진정한 한국 전통 보컬’이라고 정의한다. 현대적인 첫인상과는 달리, 이들은 대부분 한국 전통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공연을 선보인다. 씽씽밴드와 밴드 일원이자 솔로 가창자로서 이희문이 표현하는 젠더벤딩(gender bending) 스타일에서 접신하는 한국 남성 무당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현대 대중음악과 달리, 판소리와 파두, 플라멩코에서는 관객과의 친밀한 소통이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소리꾼 이희문은 관객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콘서트 관객 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위의 세 가지 전통 음악에서 관객은 공연의 일부이며, 매 공연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각각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파두 역시 마드레데우스, 크리스티나 브란코, 카를로스 도 카르모, 마리자 등 현대 음악가들이 현재 파두의 인기에 큰 몫을 해왔다. 이들은 여러 음악 양식을 혼합하고, 개인적인 색을 입히며, 다양한 장르에서 영감을 찾는다. 플라멩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대의 작곡가와 음악가들은 ‘뉴 플라멩코’라고 하는 양식을 개발했고, 재즈와 클래식, 록,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통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와 새로운 시도는 무형유산의 전승에 필수 과정이며, 무형유산으로서 전통음악은 그 변화와 융합을 통해 다양성과 생명력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