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정령신앙에 관한 국제 세미나 열려

동남아시아 예술의 애니미즘에 관한 국제 세미나 참가자들 ⓒ SEAMEO SPAFA

‘동남아시아 예술의 애니미즘에 관한 국제 세미나’가 지난 8월 8~9일 양일간 태국 방콕 탐마삿대학교에서 열렸다. 동남아시아교육장관기구 고고학미술지역센터(SEAMEO SPAFA)가 타이카디연구소(Thai Khadi)와 협력해 개최한 이번 세미나는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예술형식에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고 있는 공유된 신앙체계 중 하나인 애니미즘(Animism, 정령신앙)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 세미나에서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저명한 학자들이 여러 접근법과 방법론을 기반에 둔 연구를 발표했으며, 다양한 주제를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 예술의 애니미즘에 관한 지식을 공유했다. 발표자들은 ‘베트남 민속예술에서 애니미즘의 이해와 영향’ 등 애니미즘 신앙과 체계에 대한 개요는 물론, 다양한 예술적 표현과 토착 관습을 주제로 설명했다. 이중에는 말레이시아 이반족의 푸아 쿰부(Iban pua kumbu) 직조, 미얀마 우민쩌(U Min Kyaw) 결혼식 정령의례, 태국 신화에 나오는 새인 후사딜링구(Husadilingu), 브루나이 민속문화의 암보크(ambok: 원숭이)와 아얌(ayam: 닭)에 나타난 애니미즘, 타이-크메르족의 영적 치유 의식인 마무아드(Ma-muad), 필리핀 공동체 내 바바이란(Babaylan, 주술사)의 연행, 인도네시아 바삽족의 장식품, 캄보디아 앙코르 공동체의 영적 수호자 타릿(Ta Reach), 라오족의 전통의식 바씨(Baci), 아시아 꼭두각시 인형에 깃든 정령 등 신성한 사물과 장소 및 인물 등이 포함됐다. 

이렇듯 애니미즘 신앙과 관습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공유하는 한편, 세미나에서는 현대 사회에 전통 사물을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들도 주목받았다. 말라야대학의 웰린 제프리 제홈(Welyne Jeffrey Jehom) 박사는 말레이시아 사라왁에 있는 이반족 공동체의 고유한 정체성이 반영된 ‘푸아 쿰부’라는 영적인 직물을 소개하며, 정령신앙과 이와 관련된 관습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디지털 아트(안드로이드용 앱인 ‘Pua Explorer’)를 이용해 이러한 암묵적 지식을 보존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반둥공과대학의 핀디 세티아완(Pindi Setiawan) 박사는 인도네시아 바삽족의 영적 장식품들을 소개하며, 전통 유산에 부가적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바삽족의 장식품을 교육자료, 패션 아이템, 시각적 스토리텔링 도서, 보드게임 등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유사하게, 필리핀 국립박물관의 아나 라브라도(Ana Labrador) 부관장은 필리핀의 ‘바바이란(주술사)’이라는 캐릭터를 박물관 전시와 경연대회의 컨텐츠로 개발한 사례를 설명했다.

‘마무아드’ 의식을 기반으로 창작한 주술춤 ⓒ SEAMEO SPAFA

태국 수린주에 있는 수린드라 라자밧 대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은 타이-크메르족의 ‘마무아드’ 의식을 기반으로 창작한 주술춤을 선보였다. 전령과 안무가에게 경의를 표함으로써 병자의 회복을 기원하는 내용을 표현한 즉흥적 공연예술 무대였다. 전통 춤 동작, 민족음악의 소리, 공연자들의 화합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 발표 주자로 태국 실파콘대학의 라스미 슈콩데(Rasmi Shoocongdej) 부교수가 문화적 다양성과 통합에 대해 설명하고, 인간 문화와 사회에서 애니미즘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강조했다.  세미나의 마지막 순서로 참여자들은 방콕국립박물관을 직접 방문해 태국 예술과 예술품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동남아시아 예술의 애니미즘에 관한 국제 세미나’는 고고학미술지역센터의 주요 사업인 ‘영적·종교적 예술에 관한 신성한 우주(Sacred Univers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동남아시아 지역 내 상호 이해와 지식을 강화해 지역 문화유산전통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주요 사업으로, 각각 동남아시아 지역의 이슬람 예술, 불교 예술, 기독교 예술, 힌두교 예술에 관한 세미나·워크샵이 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