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후드 스케치: 거리로 나온 무형유산

케세니안 테드자 티무르가 캄퐁글람 역사지구에서 와양 웡(자바 전통 연극)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말레이유산센터

싱가포르의 캄퐁글람(Kampong Gelam)은 스탬포드 래플스 경(Sir Stamford Raffles)이 말레이, 아랍, 부기스 공동체의 정착지로 계획했던 역사적 지구다. 1989년 캄퐁글람의 핵심 지역은 싱가포르 도시개발청(Urban Redevelopment Authority)에 의해 보존 대상으로 선정됐다. 지금도 캄퐁글람은 말레이와 무슬림 정체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으며, 이곳의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상점들은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 들이고 있다.

캄퐁글람의 중심에 위치한 말레이유산센터(Malay Heritage Centre, 이하 센터)는 국가유산위원회(National Heritage Board)가 관리하는 문화유산 기관이다. 싱가포르의 말레이 유산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이 센터는 싱가포르에 있는 말레이 공동체의 구심점이자, 캄퐁글람 역사지구의 명소 중 하나다. 또한 센터는 말레이 공동체 내 다양한 하위 공동체의 무형유산을 소개하는 여러 전시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센터는 네이버후드 스케치(Neighbourhood Sketches)라고 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네이버후드 스케치는 캄퐁글람에서 선보이는 정기적인 야외 공연으로, 센터 주변 거리 공연을 통해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서 말레이 공동체의 다양하고 풍부한 무형유산 예술을 선보여 왔다.

그동안 총 126개의 공연이 이뤄졌고, 2만3000명 이상이 참가했다. 다양한 종류의 무형유산 예술 공연이 펼쳐졌는데, 이 중에는 와양 쿨릿(그림자 인형극), 돈당 사양(말레이 4행시 노래), 앙클룽(대나무 악기 합주), 가믈란 믈라유(타악기 중심의 합주), 디키르 바랏(말레이 합창), 실랏(말레이 무술), 쿠다 케팡(자바 말춤) 등이 있다.

센터는 네이버후드 스케치 공연을 구성할 때 의식적으로 말레이 공동체가 연행하거나 이와 관련된 광범위한 종류의 무형유산 예술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센터는 매 공연마다 해당 예술의 주요 특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또한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센터는 공연 실황을 기록하며 무형유산 예술의 기록화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기술을 활용한 공연으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페이스북 라이브와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공연을 중계하고 있다.

지금까지 네이버후드 스케치는 굉장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설문조사에서 대다수의 관객들은 더 많은 공연은 물론, 새로운 종류의 무형유산 예술도 보고 싶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관객의 95%가 공연을 보는 것이 말레이 예술, 문화, 유산에 대한 이해와 감상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이 프로그램은 무형유산 연행자들에게도 고무적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연행자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예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센터에 감사를 표하며,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무형유산 연행자로서 자부심이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네이버후드 스케치는 공연을 통해 말레이 공동체의 문화적 표현과 관행 및 예술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캄퐁글람 방문객에게 배움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캄퐁글람 역사지구의 정체성, 문화, 유산을 반영하고 존중하면서도 흥미를 놓치지 않는 공연들을 선보임으로써 거리를 활성화하고 캄퐁글람 전체의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는 데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