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바리 : 잊혀진 왕조, 메와르 부족의 구전 서사시

칼리카(Kalika)는 힌두의 여신이다. 암바브(Ambav)나 가우리(Gauri)로도 불리는 칼리카는 에너지와 여성의 권력, 힘을 상징한다. 인도 라자스탄 남부 지역의 메와르의 빌(Bhil) 부족은 8월에서 9월 사이에 40일간의 가바리(Gavari) 의식을 통해 이 여신을 숭배하고 있다. 가바리는 무한성, 영성, 열정을 담은 메와르 부족의 가무국으로 그들의 풍부한 전통 문화 중 하나이다. 의식, 가무, 음악, 신화, 민속 설화 및 연극적 요소가 모두 혼합된 이 공연은 실로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반드시 정식 무대가 필요하지 않지만 관객을 매혹시켜 참여를 이끌어낸다.

일반적으로 가바리 공연의 주제는 ‘악마에 대한 여신의 승리’를 그린다. 설화, 신화 및 역사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며 짧은 에피소드에 풍자와 현실의 문제를 녹여낸다. 빌 부족의 남성들만으로 구성된 가바리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칼리카의 여성적 힘을 표현한다. 보통 연령대가 다양한 10명에서 50명 사이의 부족민이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 마달(Madal)1속이 빈 나무 토막을 두드려 소리 내는 전통 타악기의 리듬과 함께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관객도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각 공연은 핵심 메시지에 영적 기원을 담아 더욱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빌 부족민들은 자신들이 사제 또는 칼리의 축복으로 치유된다고 믿는다. 가바리 공연은 부족의 지혜를 담은 이야기를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소박함, 평등, 공동의 조화, 의식, 예술성,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환경보호 등의 주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전통 부족들도 현대화와 세계화의 영향으로 ‘전통적’ 관습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30년간 빌의 젊은 부족민들은 전통을 지키는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가바리에 대해 배우고 공연하는 것보다 노동자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가바리 공연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없으므로 적극적으로 전승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이 순수한 공연 예술은 (이것이 담고 있는) 인도 라자스탄 남부의 독특한 음악, 이야기, 설화, 노래, 신성 및 지혜와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가바리 보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체성과 자부심을 회복함으로써 메와르의 잊혀진 문화유산을 복원해야 한다. 가바리 공연의 국내외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그 사회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바리와 그 지혜를 체계적으로 다음 세대에 전승하기 위해서는 문서화, 디지털화 및 확산 또한 매우 필요하다. 무형유산 분야 NGO도 가바리에 관한 최초의 도감, 영상 및 홈페이지를 만들어 간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빌 부족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무형유산 해외통신원 로케쉬 팔리왈(인도 메르잔부미 공동설립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