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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제12차정부간위원회 특집] 자연의 섬 ‘제주’와 ‘제주인’의 지혜
작성일 2017-11-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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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사이를 따라 물질을 하러 가고 있는 해녀의 모습 © 제주 해녀박물관 

 

 

제주도를 처음 온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것이 있다. 바로 검은 돌이다. 제주는 화산섬으로 온통 돌투성이다. 화산이 분출하면서 내뿜은 화산탄들이 흩어져 제주의 모든 땅들을 뒤덮고 있다. 지금도 밭에 가면 흔하게 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농사를 짓기가 어렵다. 하지만 13세기부터 제주 사람들은 밭에 흩어진 쓸모없는 돌들을 모아 밭의 경계에 돌담을 두르고 경작지를 확보하였다. 현재 그 길이가 22,100Km에 이른다.

 

이 돌들은 얼기설기 쌓여 있어 대충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제주인의 지혜가 숨어있다. 그 열쇠는 바로 바람이다. 제주는 여름에 불어오는 태풍은 물론이고 4계절 내내 강한 바람이 분다. 빈틈 없이 촘촘히 돌담을 쌓는다면 제주 사람들은 매일 들에 나가 넘어진 돌을 다시 쌓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구멍이 난 울퉁불퉁한 제주의 돌담은 바람의 힘을 떨어뜨리고 통과시킨다. 삶에서 얻은 지혜이다.

 

제주의 옛 이름은 ‘탐라’이다. 탐라의 시작과 관련된 이야기로는 땅에서 솟아난 세 신인(神人)이 탐라를 건국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이곳은 성스럽게 여겨져 ‘삼성혈’이라 불린다. 이는 한국 본토의 고대 건국신화가 하늘에서 알로 태어난 것과는 달리 땅에서 솟아난 것으로 문화적 원형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주도에는 1만8천의 신이 있다. 제주도민들은 세상 모든 것에 신이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은 제주의 거친 자연환경에서 비롯된다. 쉴 새 없이 불어오는 거친 바람과 물이 고이지 않는 척박한 화산 땅은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나 힘든 환경이었다. 그래도 살아야 했던 제주도민들은 거친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살기 위해 신을 찾았던 것이다.

 

제주의 마을에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신들의 거처인 ‘본향당’들이 있다. 이곳엔 ‘심방’이라 불리는 무당이 있다. 이들은 제주민들을 신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던 해녀들과 어부들을 위해 음력 2월 영등굿이 진행된다. 영등신은 바람의 신으로 파도를 일으키기 때문에 해녀들과 어부들에겐 바다의 안전을 위해 중요한 신이다.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제주도에서는 이 기간 동안 30여 곳에서 바다의 신을 위한 의례를 펼친다.

 

제주에는 여신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다. 이들은 다른 나라의 여신과 달리 남신들에게 기대거나 속박되지 않는다. 거대한 거인으로 치마폭에 흙을 날라 제주 섬을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 생명을 잉태시키는 ‘삼승할망’, 농업을 관장하는 ‘자청비’ 등 주체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제주여성들의 모습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유교의 영향으로 동아시아에 나타나는 남자 중심의 사회와는 달리 제주도의 여성들은 자존감이 매우 높다. 경제활동도 한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제주해녀이다. 작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된 11차 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대표목록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문화는 역사적으로 이어져온 여성 중심의 사회를 통해 나타난 것이다. 화산섬으로 물이 고이지 않아 벼농사를 짓지 못하는 제주도에서 땅이 아닌 바다에서 먹을거리를 찾아야 했던 여성들은 생계를 위해 해녀가 되었으며 혼자가 아닌 다 같이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

 

제주의 자연은 척박하며 사람이 살아가기엔 모자란 땅이다. 하지만 제주 사람들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이를 이용하여 살아왔다. 그 곳엔 1만8천의 신들이 있고 이웃이 있다. 이것이 제주문화를 지금까지 이어온 힘이다.

 

해녀박물관 학예연구사 강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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